고백. 저는 사실 아주 어릴 적 부터 약과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런 저를 친구들은 할머니 입맛이라고 놀리기 바빴지요.

그 트라우마로 인해 아주 오랜 시간 속마음을 숨긴 채 살아온 과자시인. 

혹여나 비슷한 경험으로 마음앓이를 하는 분들을 대신해, 오늘은 대놓고 약과 예찬을 좀 해보렵니다.


할머니 입맛이라고 놀렸던 느네들, 약과가 약과에 불과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겠어!!




시판되는 약과 중 나름의 지명도와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4종을 골라보았습니다.

왼쪽부터 명인 김규흔 약과, 올가(위)/삼립(아래) 미니약과, 삼립 궁중약과 입니다.


지금이야 소비자들이 깐깐해져서 맛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연구개발도 활발하지만, 제가 어릴 때에는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사실 맨 처음부터 약과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가에 판매되는 기름과 설탕물 범벅의 맛 없는 약과가 전부인 줄 알았던 저에게 

새로운 맛의 세계에 눈 뜨게 해 준 것은 친구네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수제약과였어요!!

약과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은 그 때 까지 먹어보았던 빵, 과자, 그리고 다른 약과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신세계, 문화충격이었지요.




저에게 처음 감동을 준 그 수제약과의 기억이 훅, 하고 떠올랐던 '손으로 빚은 꿀 약과'입니다. 이름이 좀 길죠? 그래서 통상 한과를 만드신 국내 1호 한과명장 김규흔 선생의 이름을 따서 '명인 김규흔 약과' 라고 불리웁니다. 한과명장은 마치 무형문화재처럼 전통 한과를 만드는 장인 중에서도 그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에게만 수여되는 명예의 상징이라고 해요. 모 백화점에도 입점되어 있기 때문에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인정하고 있는 명품 약과입니다.



김규흔 약과는 생김새가 일반 약과와 많이 다릅니다. 보시다시피 네모네모한 약과.

모양 내는 데에 연연하지 않겠다, 나는 오직 맛으로만 승부한다, 라는 결연함의 표현일까요? ㅇ.ㅇ

장식없는 투박함이 매력적입니다.


개당 중량은 39g 입니다. 



김규흔 약과는 맛도 독특합니다. 분명 약과인데 타르트가 연상되는 맛! 

버터가 잔뜩 들어간 타르트지 특유의 고소함과 바삭&촉촉한 질감이 떠오르는 맛이에요. 

함께 비교해 본 약과들 중에서 가장 달지 않기 때문에 바쁜 아침에 밥 대신 먹어도 느끼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칼로리바란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이 약과에도 매력을 느끼실 것 같네요. 두유, 혹은 라떼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맛입니다.



표면에는 꿀이 발라져 윤기가 좌르르~ 합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아까운 꿀이 포장지에 다 늘어붙으니 

냉장고에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먹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약과는 다른 약과들 사이에서 정말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약과 회사에서 받은 거 하나도 없지만... 약과 매니아라면 꼭 한 번 체험해보시라고 강력히 권하는 제품! 존맛!!


 


다음은 친환경 제품을 취급하는 올가 매장에서 공수한 우리밀 꼬마약과입니다.

미니약과는 작아서 한 입에 쏙쏙 넣어먹기 좋은 사이즈라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큰 약과 하나를 먹었을 때 보다 더 많은 양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먹어 치우게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먹어야 해요.)


올가의 꼬마약과는 한 봉지에 27개가 들어있네요.



중량은 개당 8g. 정신줄 놓으면 80g 먹는 건 순식간.


올가 우리밀약과는 다음에 보시게 될 삼립 제품들에 비해 기름기가 좀 더 많이 묻어나는 편입니다. 그만큼 질감이 좀 더 촉촉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김규흔 약과보다는 조금 더 달지만 삼립 제품들보다는 조금 덜 달고 함께 비교한 제품들 중 가장 부드럽습니다. 넷 중 가장 기름지기 때문에 입안을 깔끔하게 해 줄 아메리카노나 녹차류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홍차는 성질이 좀 강하기 때문에 순한 녹차를 추천합니다.)


다음은 삼립 미니약과.  포장이 참 산뜻하네요 >.<. 낱개 포장은 훨씬 더 깜찍합니다~


삼립 미니약과는 올가 미니약과보다 1개 더 많은 28개가 들어있네요.


단, 중량은 7g으로 조금 덜 나갑니다.



달다구리한 향이 가장 강렬했던 삼립 미니약과. 기름기가 많지 않아 비스킷처럼 손으로 그냥 집어먹어도 부담이 없어서 편했어요. 

실제로 먹어보면 정말 비스킷처럼 단단? 바삭? 한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완전한 정통식 한과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어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단맛때문인지 흰 우유랑 궁합이 참 잘 맞아요.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편이라 굳이 녹차류가 아니어도 괜찮을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삼립 궁중약과입니다. 이것이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약과의 모습이죠!

궁중약과는 한 팩에 10개가 들어있고요,


무게는 개당 30 g. 



모양이 참으로 단정합니다. 맛이나 향은 기본적으로 삼립 미니약과와 비슷하지만 왠지 미니사이즈보다 좀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살짝 쫀득한 질감도 느껴져서 씹는 재미도 같이 느끼실 수 있어요.

(일단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많아서 대 만족입니다.)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 속도 든든하게 채워주는 약과,

이정도면 국민간식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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